재정절벽 협상 오바마 ‘장외 압박’… 주례연설·이메일 활용 국민상대로 직접 호소

입력 2012-12-02 19:40

미국 대선이 끝난 지 3주가 넘었지만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간의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운동식 ‘장외전’으로 공화당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연말 시한은 다가오는데 막후 협상을 통한 이른 시일 내 타결은 물 건너간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인터넷·라디오로 방송된 주례연설에서 재정절벽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중산층 및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조치 연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회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최고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면서 중산층 가구의 세금을 볼모로 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공화당 하원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도 상원 재무위원회 간사인 오린 해치 의원이 대표로 한 주례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치 의원은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균형된 접근’을 원한다고 말해 왔지만 그가 제안한 것은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한 전형적인 ‘미끼 상술(bait-and-switch)’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엔 자신의 제안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북쪽의 햇필드에 있는 장난감 제조업체를 찾았다. 선거캠페인을 연상시키는 행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중산층 가계의 세제 혜택을 연장하려면 부유층을 상대로 한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전화, 이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권이 협상에 실패하면 국민들이 당장 ‘스크루지(지독한 구두쇠) 성탄절’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NBC, ABC, CBS, CNN, 폭스뉴스 등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해 일반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지지자들에게 행정부 제안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재선 운동 기간 구축된 지지자 이메일 리스트 등 방대한 자료와 소프트웨어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뉴욕데일리뉴스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