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구잡이 ‘경범죄 범칙금’ 논란… 시대착오·행정편의주의 지적
입력 2012-12-02 22:13
스토킹·암표 매매, 거짓신고, 무임승차 등 28개 경범죄가 범칙금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지문채취 거부와 과다노출까지 처벌키로 해 과도한 행정편의주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범칙금 부과 대상을 추가로 늘리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일 밝혔다. 처음으로 처벌 대상이 된 스토킹 범죄의 경우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키로 했다. 스토킹은 상대의 의사에 반해 계속 접근해 만남이나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 행위로 규정됐다.
스토킹 외에는 즉결심판 대상이던 27개 항목이 범칙금 부과 대상에 새로 편입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 3월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웃돈을 받고 승차권·입장권을 되파는 암표매매 행위, 거짓 광고, 장난으로 인한 공무방해 등에는 1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빈집 등 침입 행위와 흉기 은닉 휴대, 거짓 신고, 거짓 인적사항 사용, 자릿세 징수, 장난전화 행위는 범칙금이 8만원이다. 그러나 노인·어린이·불구자·다친사람·병든사람 등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해 처벌만능주의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과다노출 등에 대해서도 범칙금 5만원이 부과돼 풍기문란을 막겠다며 치마 길이를 재고 긴 머리를 자르던 유신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 지문채취 불응과 돈 없는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무임승차나 무전취식 등도 범칙금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범죄처벌법은 일제시대 시민의 일상을 장악해 형사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표적 악습으로 구시대적 사고”라며 “지문채취 불응과 같은 인권침해 요소까지 포함된 것은 경찰의 행정편의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