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제미니호 선원 4명 석방… ‘582일 악몽’ 끝, 12월 5일 가족 품으로
입력 2012-12-02 22:13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던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1년7개월여(582일) 만인 지난 1일 모두 석방됐다. 해적에 의한 한국인 선원의 최장기 피랍사건으로 기록됐다. 가족과 회사 관계자들은 깊은 안도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협상금 맞교환으로 석방=외교통상부는 박현열(57) 선장 등이 소말리아 해적과 싱가포르 선사 간 합의에 따라 1일 오후 5시55분 풀려났다고 2일 밝혔다. 싱가포르 선사와 해적들은 선원과 협상금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석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링스헬기를 소말리아 지역에 투입해 선장 박씨와 기관장 김형언(57), 항해사 이건일(63), 1등 기관사 이상훈(58)씨 등을 태운 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이던 청해부대 소속 강감찬함에 승선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강감찬함 의료진의 1차 검진 결과 선원들의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건강검진과 행정 절차 등을 마친 뒤 대한항공편으로 빠르면 5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은 인천공항 도착 후 간단한 기자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미니호는 지난해 4월 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동남쪽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피랍 당시 한국인 외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중국인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었다. 해적들은 같은 해 12월 1일 선사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인 선원들만 제외한 채 21명의 선원과 선박을 풀어줬다.
해적들은 그러나 한국인 선원들만 소말리아 내륙지방으로 옮긴 뒤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사망한 해적 8명의 몸값과 국내로 붙잡혀온 해적 5명의 석방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전혀 응하지 않자 해적들은 요구 수준을 낮췄다.
◇가족들, 기뻐하며 상봉 학수고대=선장 박씨의 여동생 현애(47)씨는 2일 부산 연산동 자신의 집에서 “아직도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현애씨는 첫날인 1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오빠다. 건강하게 잘 있다” “이제 간다”는 박 선장의 목소리를 듣고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고 전했다. 현애씨는 “오늘도 오빠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애씨는 “애타게 기다리던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오빠가 앞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멋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온 가족과 친지들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해사 이씨의 아내 김정숙씨는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고생을 생각하면 몹시 속상하다”며 “남편이 귀여워했던 손자들이 훌쩍 자랐다. 돌아오면 실컷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