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본 2012 한국] 30대, 경쟁력 높이기·자녀교육 고단한 삶
입력 2012-12-02 19:15
31세가 된 ‘만서른’씨는 고등학생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맞았다. 혹독한 경제 암흑기에 부모의 좌절을 바라보며 생존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깨우쳤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벌어진 유례없는 취업전쟁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20대 후반에 겨우 직장을 잡아 정착한 그는 일찌감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부모의 실패를 본 그는 직장에서 ‘롱런’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자기개발을 늘렸다. 동시에 자녀에게도 세상을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려 한다. 지난 5년간 30대들이 가장 많이 지출을 확대한 분야는 자녀교육이었다.
2008년 30대 여성의 자녀교육비는 353억원이었지만 2010년에는 6723억원으로 무려 19배나 급증했다. 30대 남성의 자녀교육비 역시 같은 기간 201억원에서 4001억원으로 20배나 폭발적으로 늘었다. 고가의 어린이 놀이학교, 영어 유치원 등 고비용이 필요한 자녀교육 열풍이 분 탓이다. 다만 경기불황이 본격화하고 정부의 육아지원이 늘면서 올해에는 남녀 합계 3184억원으로 씀씀이가 주춤했다.
30대는 ‘IMF 경험’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지켜보며 긴 노년, 상시적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있다. 외국어 학원과 피트니스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직장 내 경쟁력 높이기, 건강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남성보다 직장생활을 일찍 시작한 여성들이 먼저 자기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30대 여성의 자기개발비는 2008년 1550억원에서 올해 2347억원으로, 30대 남성은 755억원에서 924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씀씀이를 줄인 분야는 술값이다. 30대 남성의 주점 사용액은 2008년 3779억원, 2010년 2765억원, 올해 1840억원으로 매년 500억원 가까이 줄어들고 있다. 30대 여성의 경우 대형마트 사용액이 가장 크게 급증했다. 이들의 대형마트 사용액은 2008년 8637억원에서 올해는 1조80억원까지 증가했다.
금융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