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본 2012 한국] 20대, 용돈마저 궁해 술 소비량 급감

입력 2012-12-02 19:15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 ‘이청년’씨는 취업준비생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벅차기만 하다.

취업준비가 1년이 넘어가자 집에서 용돈 받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부모님은 늘 “괜찮다, 힘내라”고 말하지만 길어진 백수생활에 도무지 돈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연스레 신용카드는 지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저녁 도서관을 오갈 때 교통카드로 활약하는 게 전부다.

이씨는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였다. “가볍게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은 학생 때나 가능했던 먼 과거의 일이 됐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한턱 낼 때 마시는 술이 전부다. 그마저도 취업한 친구가 많지 않아 드물다. 오히려 여자 친구들의 통이 커졌다. 군대를 가지 않고 취업을 일찍 해서인지 모아놓은 돈도 꽤 되는 듯하다.

우울한 날뿐인 이씨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스마트폰이다. 무료해질 때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와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시간은 더 늘었다.

20대의 삶은 힘들어졌다. 남녀 가리지 않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2008년 대비 올해 카드 사용액이 줄었다. 20대는 2008년 1∼9월 5조8309억원을 썼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4조5406억원을 쓰는 데 그쳤다. 특히 술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2008년에는 주점에서 1488억원을 카드로 긁었지만 올해는 고작 380억원만 썼다.

대부분의 카드 사용액이 줄었지만 통신요금만큼은 크게 올랐다. 20대 남성의 통신요금은 2008년 1574억원에서 올해 1883억원으로, 20대 여성은 1794억원에서 2288억원으로 뛰었다.

또한 20대는 유일하게 남성보다 여성의 카드 사용액이 많다. 남성이 사회 진입시기가 늦어 수입 자체가 여성보다 낮기 때문이다. 남성의 올해 카드사용액은 1조9741억원이었지만 여성은 2조5935억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금융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