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예고] ‘채찍’ 맞을 일 뻔한데… 김정은, 軍心·民心 결집 노린다
입력 2012-12-02 19:05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왜 8개월 만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카드’라는 위험한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일까.
일단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챙길 대외적 실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성공 여부를 떠나 강행할 경우 입지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미
국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당근’보다 ‘채찍’을 가할 가능성이 높고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도 예상된다.
북한이 학수고대해온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은 더 줄어들고 유일한 우방 중국으로부터도 ‘동조’를 받지 못할 소지가 다분하다. 한마디로 북한 특유의 ‘벼랑끝 협박’ 전술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2일 “합리적 행위자 가설에 기초해 여러 가지 대외적 요인을 살펴보면 (왜 이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는지) 견적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득이 될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북한 내부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부 정치적 요인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본다”며 “김정은은 군심(軍心)과 민심(民心)을 달래고 결속을 기하는 데 큰 행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17일)를 맞아 그 전후로 발사 기간을 정했는데 ‘제수용품’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않나 싶다”면서 “북한이 발사 예고를 통해 내놓은 메시지가 ‘김정일 유훈’이라는 말부터 시작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김정은 업적 쌓기’의 일환으로 한겨울에 서둘러 발사하려 한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지난 1일 대외용 매체를 통해 발사를 예고하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주민 대상 대내 매체에는 일절 미사일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과거 대내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선전하던 데 비해 이번엔 실패 시 주민의 동요와 실망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노동당의 통제 강화로 위축된 군부가 입지 만회를 위해 미사일 도발을 저지르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발사에 8억5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북한 전체 주민 2400여만명의 8∼9개월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비춰 군부가 성과를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