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6] ‘대선 북풍’ 朴風? 文風?… 北, 12월 10∼22일 사이 미사일 발사 예고
입력 2012-12-02 18:57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밝히자 18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역대 대선을 비롯해 각종 선거 때마다 북한은 빠지지 않고 뭔가 일을 벌였고 이는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이번엔 북풍(北風)이 불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10∼22일 사이에 실용위성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할 계획”이라고 1일 발표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박 후보를 향한 ‘공개 질문장’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질문장에서 북측은 “박근혜 후보는 대북정책 공약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기본 입장이 무엇이며 북남 관계를 실제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국내외 6개 통신사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선 전에 미사일을 쏠지 확실치는 않지만 쏘더라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풍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한 엄중한 도발이자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된 대선 판에 북한의 노골적인 개입이 어떻게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어 선거를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보수층 유권자들이 결집할 수 있다”며 “더불어 부동층 표심이 안정지향적 투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분석처럼 북한 변수는 대개의 경우 보수 성향 후보에게 유리한 소재지만 정부와 여권이 이를 인위적으로 이용한다고 비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박 후보가 여성 대통령을 강조해 온 터라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신경쓰며 즉각 북한을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로켓 발사는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현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에도 초점을 맞췄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박 후보가 여성이기는 하지만 안보와 외교 분야에는 강하고, 문 후보는 특전사까지 다녀온 남성이긴 하지만 대북 이슈에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며 “북한 변수 그 자체보다 향후 두 후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침 4일 열리는 선관위 주최 첫 대선 후보 TV토론 주제도 대북·외교 분야다. 토론에서 두 후보가 내놓을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