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로 본 2012년 한국… 최다 사용층, 30→40代로 이동

입력 2012-12-03 10:07


신용카드로 들여다본 2012년 대한민국의 얼굴에는 고령화, 청년실업, 불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젊은 세대들은 유흥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중년층은 다른 지출을 줄이는 대신 건강·자기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동안 모아둔 자산이 있는 데다 은퇴 후 재취업이 활발한 50대 이상 연령층은 소비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국민일보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 의뢰해 2008년과 2010년, 올해 1∼3분기 카드 사용액과 업종별 사용액 등을 조사했다. 2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비시장의 중심축이 40대 이상 연령대로 옮겨가는 모습이 뚜렷했다. 카드 사용액에서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2008년 15.5%였던 50대는 올해 21.2%로 껑충 뛰었다. 60대 이상은 같은 기간 4.8%에서 8.1%로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2008년 33.4%로 비중이 가장 컸던 30대는 올해 29.3%로 내려앉으며 1위 자리를 40대(올해 33.5%)에 내줬다. 20대는 14.4%에서 7.8%로 반토막이 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갈수록 고용률이 떨어지는 20대는 취업이 늦어지면서 삶이 팍팍해졌다. 술을 마시는 데 쓰는 돈이 2008년과 비교해 올해 4분의 1 이상 추락하는 등 우선 유흥비가 줄었다. 30대는 ‘자녀 사교육 고통’이 본격화되면서도 자기개발에 각별했다. 특히 자녀 교육에 쓴 돈은 2008년보다 19.4배나 늘었다. 사회 초년병 시절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거친 탓에 자신과 자녀의 ‘경쟁력’에 민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40대는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자 ‘절약형 소비’와 노후 대비로 방향을 틀었다. 백화점 주요 고객층인 40대 여성은 홈쇼핑으로 눈을 돌렸다. 40대 남성은 골프·주점 등에서의 사용이 줄었다. 50대는 새로운 소비 주력군으로 떠올랐다. 젊게 살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스마트폰 사용, 자동차 구입 등에 쓰는 돈이 크게 증가했다. 60대 이상에서는 골프 등 사치성 소비에 쓰던 돈이 보험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등 제한된 자산으로 긴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소비 패턴에 드러났다.

금융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