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韓·中 뜨고, 美·유럽 지고… 2000년대 판도 권력이동
입력 2012-12-02 18:38
세계 무역구조의 ‘파워시프트(권력이동)’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가 세계 무역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IT 제품 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일 ‘2000년대 세계 무역구조 변화의 10대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0년 당시 세계 수출에서 개발도상국 비중은 25.1%였지만 2012년엔 41.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선진국 비중은 같은 기간 74.9%에서 59.0%로 축소됐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의 부상이 눈부시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교역의 10.7%를 차지하면서 2000년 7위에서 1위로 발돋움했고, 한국도 2000년 수출액 기준 세계 12위에서 지난해 7위로 도약했다. 반면 북미는 16.4%에서 11.2%로, 유럽은 29.1%에서 24.6%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무역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수출 대상지역을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장기간 침체했던 수출도 2개월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77억9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늘어났으며, 기존 올해 최고치인 지난 3월 473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은 지난 7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10월 들어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하면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도 45억 달러 흑자를 달성, 1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아세안이나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28.6%, 10.7% 증가했고 EU(-13.9%)와 미국(-4.0%)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휴대전화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각각 25.3%와 12.9% 늘어나는 등 IT 품목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출 증가세로 올 무역 1조 달러 달성 시점은 이르면 오는 7일, 늦어도 10일 오전 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에도 수출액은 총 5750억 달러로 올해 5496억 달러(추정치)보다 4.6% 증가하고, 무역흑자 규모도 30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처럼 두 자릿수 성장은 어렵지만 세계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선전할 것이란 의미다.
물론 유로존 재정위기 등의 불안 요인 확대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3.5% 미만에 그치고,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수출 상황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은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