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車… 朴 에쿠스-文 렉스턴 ‘인생의 동반자’
입력 2012-12-03 10:08
일반인에게 자동차는 평생 두어 번 고심 끝에 사게 되는 상품이다. 집을 제외하곤 가장 고가의 구입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는 주인의 스타일을 많이 반영한다. 추억이 깃든 공간을 함께 달렸다는 점에서 인생의 동반자라는 성격도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008년식 에쿠스를 탄다. 배기량 4498㏄의 세단형으로 에쿠스 가운데 리무진 트림을 제외하곤 가장 비싼 모델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공시한 자료를 보면 박 후보의 에쿠스 구입 당시 취득 가격은 7482만원이다. 2008년 소비자 기준 가격은 9078만원이었는데, 국회의원인 점이 감안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이란 뜻의 에쿠스는 회장님의 차다. 대부분 운전기사를 둔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체 판매 가운데 법인 비중이 60%를 넘는다”고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에쿠스의 부분변경 모델을 다시 내놓았는데 카피는 이렇다. ‘한국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위한 또 한번의 혁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차는 2001년식 렉스턴이다. 배기량 2874㏄에 4륜 구동으로 RX290 최고급형이다. 구입 당시 소비자 가격은 3318만원이며, 문 후보의 취득 가격은 3256만원이다.
렉스턴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와 파업의 내홍을 겪기 전 ‘대한민국 1%’를 위해 내놓은 차였다. 11년 전 당시 쌍용차의 마케팅 자료를 보면 “주된 고객층은 30대 중후반의 진보적 성향을 갖춘 전문직”이라고 적혀 있다.
특전사 수중폭파조 출신의 문 후보는 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 직책을 내려놓고 혈혈단신 강원도 고성으로 산을 타러 갔다. 그때 함께한 차가 이 렉스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때에도 변호사였던 문 후보는 자신의 렉스턴을 직접 몰고 나타났다. 인생의 영욕을 묵묵히 함께 견뎌준 당나귀 같은 차다.
박근혜 후보는 1인 가구이지만 세컨드 카도 있다. 역시 SUV인 현대차 베라크루즈 2008년식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베라크루즈를 모는 모습은 언론에 노출된 바가 없다. 에쿠스는 지난달 중순까지 그의 지방행에 함께했다.
분초를 쪼개어 선거운동을 하는 지금 두 후보는 모두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을 빌려서 탄다. 문 캠프 관계자는 “고속도로 전용차로도 이용할 수 있고 참모들과 회의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