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뮤지컬에 웬 中·日 아줌마부대?… 국내 초연 오스트리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입력 2012-12-02 18:02


한류스타 안재욱이 무대에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서 온 ‘아줌마 팬’들이 꽤 많았다.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에서 공연장으로 직행한 팬도 여럿이었다. 또 다른 스타 옥주현도 안정된 연기력과 빼어난 가창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공연장에 최근 다녀왔다.

‘황태자 루돌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대거 점령한 올 연말, 눈에 띄는 유럽(오스트리아) 뮤지컬. 국내 초연작 가운데 손꼽을 대작이다. 내용상 올 상반기 공연됐던 뮤지컬 ‘엘리사벳’의 후속편 격. 이번엔 엘리사벳 왕비의 아들 루돌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19세기 후반 제국주의가 서서히 무너질 시기, 황실의 변화를 주장하던 황태자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정치적 이념도 사랑도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없었던 루돌프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여인 마리 베체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지킬 앤 하이드’로 알려진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엘리사벳’ ‘모차르트’를 제작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극장협회(VBW)와 손을 잡았다. ‘엘리사벳’으로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를 휩쓴 ‘유럽 뮤지컬 전문’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맡았다.

황태자와 마리 베체라 역에는 각각 3명이 캐스팅됐다. 이날은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안재욱과 옥주현이 배역을 맡았다. 가장 스타성이 있는 커플이다. 안재욱의 연기력이야 이미 여러 드라마를 통해 검증된 일. 발라드 가수이기도 한 그는 뮤지컬에도 손색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다만 무대에서 체구가 작아 보인다는 것이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옥주현과 함께 나와서 더 그렇게 느껴진 듯하다.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옥주현은 뮤지컬배우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만 사랑에 빠진 마리가 황태자에게 “날 위해 떠오르는 태양을 멈춰 줄 거야?”라고 말할 땐 너무 오글거려 객석에서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루돌프 역에는 안재욱 외에도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임태경과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캐스팅됐다. 마리 역에는 옥주현 외에 김보경과 최유하가 나온다. 루돌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악역 타페 수상 역의 조휘는 시원한 가창력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브로드웨이 작곡가가 만든 음악은 대중적이고 화려했고, 유럽 제작진이 꾸민 이야기는 웅장하고 드라마틱했다. 무대는 간결하고 세련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직접 공수한 가구와 소품이 빈 공간을 채웠다. 황금빛 무대 의상과 세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작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연상시켰다. 황태자와 마리가 처음 만나는 궁정극장 장면에는 실제 비엔나 궁정극장에 있는 클림트의 천정화를 그대로 옮겨왔다. 이 그림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 모습을 담고 있어 두 사람의 비극적인 결말을 예고하는 듯 했다. 24인조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선율도 풍성했다.

총 공연시간은 휴식 시간 포함해 약 3시간. 다소 긴 느낌으로 때때로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평일에는 오후 8시에 시작해 11시쯤 끝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