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꼴찌의 반란, 이젠 내 뒤로 줄 서!… 여자농구 4시즌 최하위 우리은행 변신 주도 위성우 감독

입력 2012-12-02 17:53


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꼴찌가 노력해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는 언제나 훈훈한 감동을 준다.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 세태와 견줘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꼴찌의 성공 스토리가 여자 프로농구에서 일어나고 있다. 춘천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2008∼2009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6개 농구 팀 중 최하위였다. 4시즌 동안 10승 이상을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꼴찌 중의 꼴찌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2일 현재 2위에 한 게임차 앞선 1위를 질주 중이다. 4시즌 동안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10승 고지도 이미 넘어섰다.

그 중심에는 위성우(41) 신임 감독이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은 어떤 전력 보강도 없었다. 다만 위 감독이 왔을 뿐이다. 지난 달 22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스스로도 이렇게 팀이 잘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본인도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진리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 감독은 지난해까지 프로스포츠 전인미답의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안산 신한은행의 코치였다. 가만히 있어도 우승팀 코치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위 감독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집사람이 ‘이제는 한 번 도전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 말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코치생활을 7년간 하면서 우리은행 선수들을 봐 왔지만 “이 정도 할 선수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내가 한 번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감독에 취임한 이후 그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비시즌 동안 하루 7시간씩 강훈련에 매달렸다. 선수들 모두 하루에 1000개씩 슛을 안 쏘면 잠도 못 자게 했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리그 챔프 신한은행보다 더 많이 땀을 흘리게 했다. 물론 위 감독도 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외출, 외박을 한 적이 없다. 나중에는 선수들이 아예 “감독님은 약속도 없느냐”고 불평까지 했다고 위 감독은 전했다.

그렇게 다그치자 훈련량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어 아예 농구를 포기하겠다는 선수도 두 명이나 생겼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위 감독은 “처음에는 가라고 했다. 하지만 절대 선수들을 미워할 수 없었다. 나중에 따로 만나 그 선수들에게 ‘프로는 승리다. 빛도 못 보고 꼴찌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느냐. 그렇게 해야만 연봉 협상할 때도 떳떳할 수 있다’고 타일렀다”고 술회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는 데는 신한은행에서 같이 온 전주원(40) 코치의 역할이 컸다고 위 감독은 밝혔다.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답게 전 코치는 선수들에게 위엄도 있었고, 언니 같은 다정함도 함께 겸비했기 때문이었다. 위 감독은 “전 코치는 여자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감정을 잘 조절해준다. 완충 역할을 크게 한다”고 칭찬했다.

결국 훈련을 많이 하니 어느 새 선수들에게 집중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위 감독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렇게 땀을 흘렸는데 이제는 맥없이 무너지지 않겠다는 오기도 선수들 사이에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 눈물의 땀이 열매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위 감독은 꼴찌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고 하니 “나도 사실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고 했다. 위 감독은 “마음만으로는 꼴찌를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꼴찌가 싫지만 이를 벗어나려면 부딪치고 노력해야 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그 열매는 정말 달다”고 말했다.

춘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