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탄생·전파 과정 한눈에 본다… ‘유리-삼천 년의 이야기-지중해·서아시아의 고대 유리’ 특별전

입력 2012-12-02 17:50


한 번쯤 TV 프로그램에서 유리 장인이 부는 긴 대롱 끝으로 멋진 유리잔이 뚝딱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대롱불기 기법이라는 이 기술은 기원전 1세기 무렵에 개발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된 이 기술이 20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2월 17일까지 여는 ‘유리-삼천 년의 이야기-지중해·서아시아의 고대 유리’ 특별전은 유리의 발상지 유물을 통해 유리의 탄생 및 확산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기회다. 370여점 유물은 일본 히라야마 이쿠오 실크로드 미술관에서 빌려왔다.

전시는 대롱불기 기법 전과 후로 나뉜다. 기원전 1500년 전까지의 초기 유리는 기술의 한계 때문에 불투명하다. 코어·모자이크·주조기법 등을 사용했는데, 만들기가 쉽지 않아 구슬, 목걸이, 팔찌 등에 보석 대용으로 쓰였다. 코어기법으로 만든 작은 향유 유리병, 주조기법으로 입을 다소 넓게 만든 대접 등은 귀족들의 사치품이었다.

따라서 몇 분 만에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롱불기 기법은 유리 대중화의 전기를 가져온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서민도 유리잔 등을 생활용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새 제작술에 맞는 다양한 기형과 장식 기법이 만들어졌다. 대롱으로 부풀린 유리를 틀에 넣어 만든 얼굴 모양 병, 거는 손잡이가 달린 이중병 등 독특한 아름다움의 유물을 볼 수 있다.

유리기물은 서로마제국이 쇠망한 이후인 5∼15세기 사산조 페르시아와 이슬람 제국으로 확산되며 한층 발전된다. 커트 장식이 된 그릇, 무색투명한 유리잔, 에나멜 채색이 이 시기에 나왔다. 전시장에 나온 사람 얼굴 무늬 구슬, 사산조 페르시아산 커트 기법 사발 등은 경북 경주 왕릉에서 출토된 전례가 있어 고대 동서양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