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공약으로 또다시 등장한 가덕도 신공항

입력 2012-12-02 18:28

朴·文 후보는 구체적 근거와 계획 제시할 수 있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박 후보는 최고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전제했지만 “부산 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지난달 27일 공식선거 첫 유세지로 부산을 택해 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두 유력후보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최대 격전지로 평가되는 부산지역 표를 의식해 이미 폐기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경쟁적으로 되살린 것이다.

우리나라 동남권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검토를 지시한 뒤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에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지역갈등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3월 국토해양부 입지선정평가위원회가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대한 적합성평가를 벌여 계획을 백지화했다.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갈 대형 국책사업인데도 투입비용 대비 예상수익이 인천국제공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온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섣부른 공약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7월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염두에 둔 ‘부산국제공항공사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에 맞서 대구지역 의원들은 ‘남부권신공항법’을 냈다. 경제논리는 실종됐고, 의원들은 철저하게 정치논리를 따랐다. 당시에도 “무슨 상황변화가 생겼다고 다시 신공항 건설을 들고 나오는가”라는 비난이 거셌다. 동시에 국민들은 대선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이를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우려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대선 때마다 등장한 국책사업 공약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한 새만금 사업은 앞으로도 엄청난 정부예산이 투입돼야 목표했던 기능을 할 수 있다. 정치논리에 밀려 건설된 지방공항은 14곳 가운데 11곳이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선심성 공약은 예산낭비, 국력소모는 물론이고 국론분열까지 야기한다.

국책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다.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추진한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아까워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해당 지역 표를 의식해 공약으로 제시된 국책사업은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국책사업으로 ‘공약장사’를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더라도 대선이 끝난 뒤 면밀하게 검토해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선심 쓰듯이 한 약속은 믿을 수 없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지금이라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왜 필요한지,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