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맹경환] 언제쯤 선거 위대함 보게 될까
입력 2012-12-02 18:28
지난달 중국 권력 교체가 이뤄진 제18차 전국대표대회 기간 중 한 외신 보도가 눈에 띄었다. 중국 온라인에서 떠도는 정치 만화가 소재였다. 미국 유권자들이 오바마와 롬니의 텔레비전 토론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과 중국인들이 닫힌 문 밖에서 공산당 지도부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대비하며 풍자하는 내용이다.
자신들 나라의 권력 교체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 대선에만 몰두하는 중국인들에 관한 보도도 자주 보였다. 중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뽑는 모습에 매료됐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공산당 대회는 오로지 당을 위한 모임일 뿐이라는 푸념도 들리고, 미국 대선을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축제로 치켜세우는 중국인들도 많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부러움일 것이다.
사실 중국의 권력은 소수의 전·현직 지도부의 정치적 담판으로 결정된다. 장소는 허베이성 북동쪽에 있는 휴양도시 베이다이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매년 여름 이곳에 모여 피서를 겸해 국내외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권력 교체기를 앞두고는 차기 지도부 구성 등 주요 인사문제가 결정된다.
후진타오의 지원을 받던 리커창을 제치고 시진핑이 후계자로 결정된 것도 2007년 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였다.
중국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이 많겠지만 때론 오히려 중국식 권력 체제가 부러울 때가 있다. 중국의 지도부 임기가 보장돼 있고 이미 내정까지 돼 있어 준비된 권력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 정책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고, 미래지향적 장기프로젝트도 수립할 수 있다.
또 전 정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보완한다. 1976년부터 89년까지 집권하며 시장경제를 도입, 개혁·개방으로 경제 발전의 토대를 다진 덩샤오핑을 지나 이후 지도자들은 10년이상의 임기를 보장받고 한 걸음씩 미래를 향해 중국을 진보시켰다.
장쩌민은 높은 성장률과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중국 경제가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후진타오는 성장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까지 이어질 시진핑 시대, 중국의 10년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질적 성장의 완숙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미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중국인들이 부러워할 수도 있는 민주주의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선에는 미래는 없고 과거만 있을 뿐이다. 이전 정권은 항상 부정된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박정희 대 노무현’ ‘이명박 심판론 대 노무현 실패론’ 등 과거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선거 정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정강·정책을 바꿔 인기 있는 쪽으로 움직여 버린다. 이번 대선에서는 양극화 해소 해법으로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과제로 등장했고 후보들 모두 너나없이 외쳐대고 있다. 현재의 인기와 과거에만 매달리는 정당과 후보들에게 10년, 20년 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일천한 민주주의의 역사와 빈곤한 정권교체의 경험이 원인일 수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대선을 치러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전 정권의 과오는 수정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겠다는 후보, 초당파적으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자는 후보를 과연 기대할 수는 있을까. 언제쯤 민주주의 선거의 위대함을 볼 수 있을까.
맹경환 경제부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