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VIP 행동강령

입력 2012-12-02 18:30


그 콘도는 예약하기 꽤 힘들다. 지인은 그런 곳이었느냐고 깜짝 놀랐다. 전화하면 예약도 잘되고 환대를 받아서 그런 곳인 줄 몰랐다고 한다. 콘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왜 그가 대접 받고 있는지 납득이 갔다. 처음 그곳에 머무를 때 천장의 파이프가 터져 방이 물바다가 됐다. 짐도 흥건히 젖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직원에게 지인은 웃으면서 “정 미안하면 맥주 한 잔 주세요”라고 했다. 모처럼의 휴가를 콘도 측 과실로 망쳤으니 엄청나게 화를 낼 만한데 맥주 한 잔으로 ‘퉁’ 치며 괜찮다고 안심시키니 직원이 얼마나 고마워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의 가족은 새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휴가를 보냈고 그 인연으로 콘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처럼 돈을 잘 쓰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어디에서든 VIP 대접을 받는 친구들이 있다. 경치가 잘 보이는 자리로 안내되고 서비스 메뉴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할인도 받는다. 이런 친구들의 비결은 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직원과 눈을 마주쳤을 때 먼저 웃어주고 인사를 잘 받아준다. 돌아갈 때 맛있었다는 등 긍정적인 말을 꼭 해준다. 직원이 말할 때 기분 좋게 응대해준다. 직원을 부를 때도 “여기요∼”가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 등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불만이 있을 때다. 절대 소리 지르지 않는다. 직원을 불러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어디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직원들을 ‘서비스 전달자’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나 의식을 못했는지 택시에서 내리면서 “참, 택시 아저씨가 있는데 별 이야기를 다했네”라고 말하며 웃은 적이 있을 정도다. 개그 콘서트의 정 여사가 인기다. 그녀는 매번 말도 되지 않는 단점을 잡아 직원을 난감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어코 가져간다. 그렇지만 과연 그녀가 진심 어린 대우를 받을지 의문이다.

컴플레인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다 좋았는데 ∼가 부족했어요” “∼만 개선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으면 한다. 서비스 하는 사람도 인간인지라 자신을 대우하는 손님에게 더 잘해주기 마련이다. 송년 모임이 많은 12월이다. 기왕 이용하는 것, 잘 대접 받으며 기분 좋게 1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VIP 행동강령을 시행해 보면 어떨까.

안주연 (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