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은퇴 이후 빛나는 삶
입력 2012-12-02 18:31
‘코리안 특급’ 박찬호(39)가 은퇴했다. 지난달 30일 은퇴 기자회견을 연 박찬호는 선수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만 시종 밝은 모습이었다. 야구 행정 및 경영을 공부하겠다고 밝힌 그는 LA 다저스 시절 인연을 맺은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선진 야구에 익숙한 그가 앞으로 한국야구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는 은퇴 후 더욱 빛나는 삶을 개척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지도자, 방송해설자, 분석가 등으로 활동하지만 스포츠 분야 경영인, 행정가로 수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벨기에 요트와 럭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3회 출전하고 세계요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딴 자크 로게는 선수 시절 업적보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개혁한 스포츠 행정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의사 출신으로 1991년 IOC 위원이 된 그는 약물퇴치 운동에 주력했으며, 2001년 IOC위원장 취임 이후엔 비대해진 올림픽 규모를 줄이면서도 올림픽을 남녀 양성 평등 대회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였으나 이제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동 구단주이자 사장인 놀란 라이언, 미국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가 샬럿 밥캣츠의 구단주가 된 마이클 조던, LA 레이커스의 부사장이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공동구단주가 된 매직 존슨 등은 경영자로 성공했다.
스포츠 외의 다른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이 배출한 최고 축구스타였으나 은퇴 후 환경운동가 및 사회활동가로 살고 있는 나카타 히데토시, 20세기 최고의 축구스타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브라질에서 빈곤층 지원정책의 열렬한 후원자로 유명한 펠레 등이 대표적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은퇴가 빠르다. 나이를 먹는 만큼 체력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같은 종목은 20대 전반에 은퇴할 정도다.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은퇴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소속 구단(회사)이나 주변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은퇴가 두려운 것은 비단 스포츠 선수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은퇴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명예롭고 빛나는 은퇴가 되려면 ‘제2의 삶’에 대한 오랜 고민과 준비,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