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8] 정치권 인사 만나며 보폭 넓히는 安… 대선 이후 염두?

입력 2012-12-01 00:18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가 지난 23일 사퇴 이후 여야의 정치권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캠프는 이미 문 후보 선거 지원 시기와 방법에 대한 구상을 끝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안 전 후보는 대선 이후의 정치활동에 중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文 열심히 도울까=안 전 후보는 얼마 전 몇몇 측근들에게 “대선까지 (문 후보를 도우려면) 최대한 20여명의 참모진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는 3일 해단식을 앞두고 30일 오후 2시 캠프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후보 메시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문 후보 지원 방향 등을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캠프 내 얘기를 종합하면 안 전 후보는 다음주 중 야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돕느냐, 측면에서 돕느냐 등의 방법을 놓고는 이견이 있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 측에 4일 선관위의 대선 후보 TV토론 전 문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혀주고, 문 후보와 같이 TV광고에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캠프는 서울 공평동 캠프를 민주당 연락소로 등록하는 정도의 방법만 골몰하고 있어 양측의 온도차는 확실하게 느껴진다.

28∼29일 MBN 여론조사에서는 향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은 12.2%에 불과했고 ‘소극 지원’ 52.7%, ‘안 도울 것’ 23.4%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선대위 정옥임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나와 “안 전 후보가 ‘내가 알던 문 후보가 아니었다’ ‘나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했는데 문 후보를 적극 도와준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安 벌써 정치세력화 나섰나=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돕는 동시에 대선 이후 정치적 행보를 위한 세력 확장 등 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사퇴 사흘 만인 26일 비밀리에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안 전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에게 실망했고 손 고문 역시 민주당 경선 때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문 후보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계파정치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안 전 후보가 대선 이후 신당을 창당하거나 민주당과의 통합 신당을 만든다면 손 고문 같은 비노(非盧)세력들이 힘을 보탤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안 전 후보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수도권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인사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안 전 후보의 생각은 먼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고, ‘새 정치’ 불씨를 살려 정치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라며 “대선 결과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28일 오찬 자리에서 캠프 관계자들과 만난 안 전 후보는 대선 이후의 계획도 어느 정도 짠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안 전 후보는 사퇴 이후 점심, 저녁 식사 자리에서 캠프의 포럼 교수진, 초기 멤버인 강인철 법률지원단장 등을 만나는 등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