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업 ‘묻지마 지원’ 감사원 무더기 적발
입력 2012-11-30 19:20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이 없는 지역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주요 재정사업 예산운용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재부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대전 벌곡길 확장사업에 총 806억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마찬가지로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난 간월호 관광도로 건설사업에도 2010∼2012년 102억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농립수산식품부가 813억원의 예산을 신청한 농어촌 뉴타운 조성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기재부의 의뢰를 받아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적절한 처신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0년 기재부로부터 ‘서울대병원 지하복합 진료공간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받은 KDI는 조사 결과 ‘분석적 계층화법(AHP) 종합점수’가 0.452라고 결론내렸다. 이 수치가 0.5 이상이어야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추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사업 시행이 가능하도록 AHP 점수가 0.5 이상이 나올 때까지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조사를 진행했던 전문가 가운데 3명이 빠진 상태에서 여덟 차례나 다시 조사한 끝에 AHP 점수가 0.501로 나왔고 결국 이 사업에는 2011∼2012년 84억3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감사원은 “KDI는 연구 결과를 부당하게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기재부는 AHP 평가 과정에 개입해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