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8] 朴 “MB 정부 민생 실패”… ‘이명박근혜’ 공세 정면돌파
입력 2012-11-30 21:25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3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안방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승부수를 띄우며 부산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현 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섰다.
박 후보는 1박2일 부산·울산·경남(PK) 첫 유세 장소로 문 후보가 첫 유세를 시작한 부산 사상구의 서부버스터미널을 택했다. 박 후보가 지역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현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잘 한다’ 등을 연호했다.
열광적인 환호에는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사전 작업’이 한몫했다. 김 본부장은 유세가 예정된 지역마다 박 후보보다 먼저 도착해 “공항 유치를 부산시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특히 공항 유치를 놓고 PK와 대구·경북(TK)의 밀양이 경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문 후보는 TK 표가 필요 없어 PK 유치를 확언하지만 박 후보에겐 TK, PK 표가 다 필요하다”며 “오늘 박 후보가 애매하게 약속하더라도 입장을 좀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대선 이후 결정하겠다던 신공항 문제를 선거운동 과정에서 꺼낸 것은 PK가 승패를 가를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 부산인데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PK에서 거둔 42% 지지율을 근거로 이 지역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로선 문 후보 지지율을 35% 이하로 묶어야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던진 카드인 셈이다.
박 후보는 특히 유세 현장에서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강수를 뒀다. 박 후보는 유세 도중 “문 후보가 이념 정부 꿈꾼다면 ‘박근혜 정부’는 민생 정부 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현 정권의 공동책임론, 즉 ‘이명박근혜’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 후보 발언 중 이명박 정부 비판 대목을 뺀 보도자료를 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포함시켜 다시 배포했다. 현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박 후보는 부산이 문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점을 감안해 문 후보의 친노(親盧·친노무현) 이미지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첫날부터 부산에 와서 미래는 얘기하지 않고 과거사 공격만 늘어놓았다”며 “문 후보야말로 실패한 과거 정권의 핵심 실세다. 부산 정권이라고 기대하고 믿었지만 정작 집권하자마자 기대를 저버리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재조사로 온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고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11개 유세 및 면담 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한 부산에서 하룻밤을 묵고 1일 부산 범어사, 삼광사를 차례로 방문한 뒤 경남 김해와 창원으로 이동해 유권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부산=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