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8] 朴 ‘가덕도 신공항 발언’은 고육지책? 부산도 TK도 섭섭하지 않게…
입력 2012-11-30 21:29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30일 부산 유세에서 내놓은 ‘가덕도 신공항’ 발언은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표심을 둘 다 잡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공항 유치를 놓고 극한대립을 했던 PK와 TK 양쪽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지만, 일각에선 원칙을 강조하는 박 후보가 표심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는 먼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전문가들이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이란 전제조건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기존 입장과 같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산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 부산시민에겐 신공항을 가덕도에 짓겠다는 명확한 약속으로 들릴 발언이다.
당장 당에서 엇갈린 해석과 주장이 터져 나왔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발언에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에 지어야 한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고 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서병수 당무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 발언은)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면 아마도 가덕도에 신공항이 가지 않을까란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 발언은 전문가의 객관적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지, 어느 한 곳을 입지로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신공항을 경남 밀양에 짓자는 TK 의원들도 PK 의원들의 해석에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구 출신 유승민 의원은 “박 후보 말이 기존 입장과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박 후보가 대구에 오면 ‘공정한 절차를 거쳐 밀양이 낫다고 하면 밀양으로 갈 것’이라고 똑같이 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후보 발언은 TK, PK 의원들이 저마다 유리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두 지역 표심을 동시에 파고드는 투트랙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을 강조해온 박 후보가 국책사업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모호하게 접근하는 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당에서는 부산 지역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부산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선거가 어려워지자 그걸 핑계로 신공항 문제를 이번에 털고 가자는 것 같다. 일종의 보신주의”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원내대표 시절 이명박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찬성했던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박 후보 발언을 ‘가덕도 유치’라고 설명하고 나서자 말 바꾸기란 지적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