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수술’ 조건부 비급여 철회… 발 뺀 복지부
입력 2012-11-30 19:13
5년여를 끈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 정부가 ‘위험한지 안전한지 알 수 없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놓았다. 결국 판단은 환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됐다.
카바수술은 건국대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도입한 심장성형수술법. ‘획기적 신기술’ 혹은 ‘위험한 수술’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지난달에는 길모(70)씨 유족이 송 교수 등을 형사고소해 논란은 법정으로 비화됐다.
◇안전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수술=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카바수술에 대한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조건부 비급여란 안전성 검증을 조건으로 시술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치료비 전액은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를 철회하는 건 카바수술을 비급여 항목에서 빼 환자에게 치료 재료(카바링) 가격을 청구할 수 없게 한다는 뜻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에게 재료비를 받지 않는 한 여전히 수술은 가능하다”며 “고시 철회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일 뿐 카바수술이 위험하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전하다’는 송 교수와 ‘위험하다’는 대한심장학회,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환자는 얼마나 알고 있었나=복지부의 애매한 결정 배경에는 ‘이게 정부가 판단할 내용인가’에 대한 회의가 깔려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카바수술 논쟁은 의사들이 학술지를 통해 토론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환자들을 정보의 사각지대에 방치했다는 책임까지 피하기는 어렵다. 길씨 유족들은 “사망 후에야 아버지가 받은 수술이 위험성 논란을 빚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건부 비급여 고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 단계의 의료기술에 부여한다. 의료윤리상 환자에게는 이런 사실을 당연히 알려야 하지만 현재 조건부 비급여 고시에는 환자 고지 의무가 법제화돼 있지 않다. 환자들의 권리는 정부와 의사 모두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의료계의 다툼을 조정하지 못하는 사이 환자들은 정보로부터 완벽히 소외됐다”고 비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