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퇴] 채동욱 총장직대 과제는… 檢 개혁·조직 갈등 봉합, 수장 공백기 ‘임무 산적’

입력 2012-11-30 21:35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로 채동욱(53·연수원 14기) 대검찰청 차장 직무대행체제가 30일 시작됐다. 채 차장은 내부 갈등으로 상처 입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검찰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검찰 개혁안도 재정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채 차장은 일단 후임 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기존 수사를 마무리하고 연말 대선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첫 숙제는 연이어 터진 검사 비리를 말끔히 털어내는 일이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수사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다음주 초 김 검사를 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모(30) 검사에 대한 수사는 난항이다. 검찰은 구속영장도 두 차례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검찰이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를 법원이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검사를 파면 조치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중수부 폐지 문제를 놓고 표출된 검찰 내부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 모두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의 경우 중수부 폐지를 이미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총장 사퇴로 누그러진 특수부 검사들의 불만이 언제든 다시 표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검찰 개혁안에 대한 검찰 내 의견을 재정리하는 일도 시작해야 한다. 한 총장도 내부 의견을 수렴하며 개혁안을 준비했지만, 그가 시도하려 했던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만큼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민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면서도 검찰 고유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점과 그에 대한 논리를 준비해 두지 않을 경우 검찰 개혁안은 모두 정치권의 손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

채 차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법무부 법무실장 등 법무·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채 차장은 ‘천사 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그는 서울지검 특수부 부부장검사로 있던 1998년부터 직원들과 함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익명으로 지원해 왔다. 그런데 2006년 학생들이 검찰에 “서울지검 1004호에 계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당시 1004호는 직원들이 상주하지 않는 외사부 조사실로 사용중이었다. 이에 정상명 검찰총장이 “천사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려 ‘수사’를 벌인 끝에 채 차장을 찾아내면서 그의 선행이 알려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