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 사퇴는 개혁의 출발점일 뿐이다

입력 2012-11-30 18:32

한상대 검찰총장이 오늘 사퇴했다. 최근 벌어진 검사들의 수뢰 사건 등을 사죄한 뒤 조용히 떠났다. 당초 예상됐던 검찰개혁안 발표도 없이 묵묵히 사퇴했지만 그의 퇴장은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 고위층끼리 사상 초유의 검란을 벌인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민망했다.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한 권한을 국민과 정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법무부의 일개 외청에 불과하지만 차관급만 무려 50명이 넘는다. 따라서 검찰 개혁은 권한을 적절하게 나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우선 검사의 자의(恣意)가 개입할 소지가 많은 기소편의주의를 객관적인 혐의가 있을 때는 반드시 기소하는 기소법정주의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법체계를 가져온 독일도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일일이 지휘하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교통사고나 단순 절도 또는 행정법규 위반 같은 사안은 경찰에 종국처리권을 넘겨 검사는 공소유지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파트너는 어디까지나 법원이지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이 하는 수사에 일일이 개입하다 보니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닌가. 따라서 수사권을 경찰로 대폭 넘기고 고위공무원 비리나 첨단 범법행위 등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만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수사기법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수사권 이양 문제는 경찰 수사력 향상 및 신뢰도 제고라는 난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성검사’까지 등장한 마당에 검찰이 경찰에 비해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권이 경찰과 법원에 의해 견제될 때 그만큼 인권보장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선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 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