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정신 발휘해 선거홍보물 훼손 막아야
입력 2012-11-30 18:31
지난 2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들이 내건 홍보 현수막이 잇따라 훼손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수막 훼손은 최근 울산에서 3건, 광주 2건, 전남 2건, 부산 2건 등 9건 발생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현수막 가운데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피습됐던 턱 부위를 찢은 것도 있다고 한다.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현수막도 훼손된 사례가 발견됐다. 전북 임실에서는 박 후보 유세 중 지나가던 일부 차량들이 클랙슨을 연달아 울리는 바람에 연설이 방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는 5년간 국가를 새로운 틀로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축제다. 선거홍보물은 유권자들이 최적의 선택을 해 축제의 의미가 배가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투표행위 자체뿐 아니라 홍보물 게시도 민주적 절차의 하나이다. 현수막 한 장, 벽보 한 장까지 모두 민주주의의 매개체다.
선거홍보물 훼손은 다른 유권자의 정보접근권을 원천봉쇄하는 독재적 행태다. 자기만의 관점에 사로잡혀 시민사회가 합의한 민주 절차를 파괴하고 공동체 분위기를 저해하는 범죄 행위다. 선거법 상 선거홍보물을 훼손 또는 철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중앙선관위는 감시반을 편성해 선거홍보물 훼손 예방·감시를 강화하고 사례가 적발되면 고발 등 엄중 조치키로 했다. 경찰도 상습적인 훼손자는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30일부터 전국 8만8082곳에 선거벽보가 부착됐다. 선거벽보는 후보자 사진과 함께 경력, 학력, 핵심 주장 등의 정보가 정리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공식 홍보물이다. 벽보 앞에 서서 후보들을 가늠해 보는 성인들의 진지한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산교육이 된다. 유권자들이 시민정신을 발휘해 벽보 훼손을 막아야 한다. 선거 국면에서 후보끼리 경쟁하고, 지지자들 간에 대립할 수 있겠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다. 이는 선거의 기본 절차를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