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령시대] 세상은 하나님과의 절절한 만남을 원한다
입력 2012-11-30 18:11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목회자들은 일선 목회 현장에서 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기독교의 정체 내지는 쇠퇴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목회 현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구리시 늘푸른교회 최원영 목사는 “사람들의 영적인 추구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 추구가 교회 출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성도들 가운데서도 믿음의 본질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갈망이 성장동력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 한국교회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사역자들은 자조적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교회가 미전도종족 선교를 위해서 열정을 다 바쳤는데 정작 우리를 돌아보니 한국 대학·청년사회가 거대한 ‘미전도종족’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젊은이 세대에서 교회를 등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영적 추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적인 것을 갈망하는 강도는 과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지만 ‘보이는 교회’를 거부하는 경향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우리 사회뿐 아니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전 세계에 흐르는 분위기가 있다.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Not Religious, But Spiritual)’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뉴스위크 등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개념이다. 특히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팽배하고 있지만 점차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2년 전 뉴스위크의 편집자 존 미첨은 ‘기독교 국가 미국의 쇠퇴와 몰락’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이라고 말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특정 현안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미국 내 기독교 우파들의 ‘강력한 기독교 국가 미국’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우리 현실도 비슷하다.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인 탓도 있지만 이제는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결집시키기 힘들게 됐다.
아무튼 종교적 측면에서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목회자나 신학자, 종교사회학자들 모두가 동일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종교사회학자인 감신대 이원규 교수는 최근 펴낸 ‘머리의 종교에서 가슴의 종교로’(kmc)란 책을 통해 20세기 후반부터 이성과 지성을 강조해 온 기독교는 쇠퇴하는 대신 감성과 영성을 중시하는 기독교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유주의 신학에 토대를 둔 서구 주류 교회들이 몰락하는 반면 복음주의 및 성령운동으로 특징지어지는 교회들이 제3세계는 물론 미국에서도 부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성령운동은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00년에 성령운동 참여자들은 전체 기독교인의 2%에 불과했지만 1970년에는 6%, 2000년에는 28%로 급증했으며 2025년에는 전 세계 기독교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억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성령운동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하나님과의 절절한 대면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과의 만남(인카운터·encounter)이다.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 총장은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 바라는 것은 하나님과의 만남인데도 지금의 한국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임재라는 가장 원초적인 채널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은 총장은 “영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교회는 종교(Religion)를 주고 있으니 문제”라면서 “하나님과의 만남이라는 종말론적인 채널을 한국 교회는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 국내 도처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하나님을 만나고야 말겠다”는 무명의 성도들이 넘치고 있다. 교회와 세상이라는 이분법적인 틀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소위 ‘경계인’들도 많다. 그 경계인들을 교회로 이끌고, 하나님을 갈망하는 성도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부흥을 위해 헌신하게 하기 위해서 교회는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음주의와 소위 은사주의, 자유주의가 하나님 안에서 연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세계 기독교의 지형이 변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복음주의 권에서는 아직 성령운동에 대한 건강한 접근을 주저하고 있다. 성령운동을 펼치는 진영에서도 복음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서로간의 ‘다름’을 ‘틀림’으로 판단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연합의 기회를 잃어버렸으며 이는 한국 교회의 영적 다이내믹의 쇠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원규 교수는 “이제 우리는 성령운동을 언급하지 않고는 기독교를 말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면서 “21세기 성령운동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시험이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사람들교회 임석종 목사는 “‘100% 복음’과 ‘100% 성령’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면서 “성령사역 없이는 복음의 이해가 힘들고, 복음 없는 성령운동은 무당의 푸닥거리와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양측의 연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들은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를 잘 읽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가슴의 종교’ 시대를 살고 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