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기부… “당신은 문화사역자”

입력 2012-11-30 18:02


“굳이 힘든 사역의 길을….”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분명한 ‘직업’을 갖고 있으며 수입도 괜찮다.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답한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나눠야지요.” 이들이 원하는 건 세상과의 소통이요 복음전파다. 각자의 달란트를 갖고 이제 막 문화사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뮤지컬로 소통하다=1974년생 동갑내기 세 친구 BS뮤직컴퍼니의 공동대표 김지만 유태광 정찬우씨를 보면서 ‘다니엘과 세 친구’를 떠올렸다. 정한 뜻이 있기에 시련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닮았다.

세 친구는 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이미 2005년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발걸음’(Beautiful Step)이란 뜻의 BS뮤직컴퍼니를 설립해 교회 음향, 영상 시공, 인테리어, 공연기획, 음반제작·녹음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나이가 같다보니 자주 만나 얘기하면서 ‘문화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보자’는 비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BS뮤직컴퍼니에서 함께 일하며 본격 문화사역의 길을 걷게 됐다.

세 친구가 처음 제작한 작품은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우행)이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전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모티브로 했다. 하지만 작품을 올리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뮤지컬 말고 다른 사역을 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원래 이 작품은 서울의 한 교회에서 올려진 것이었다. 그때 이를 함께 본 세 사람은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세상에 내놓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게 ‘우행’은 새로운 얼굴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출연진과 노래도 재단장됐다.

정 대표는 “우리 기술을 중심으로 자금을 모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며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목적이었기에 그만큼 시행착오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문화의 중심지 대학로에 진출했다가 월 2000만원의 대관료를 감당하는 게 버거워 쓰린 눈물을 흘렸다. 지방 공연 때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좌충우돌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공연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견뎠다. 그 결과 이 작품은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뮤지컬 재관람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도 얻었다.

유 대표는 “경쟁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우연히’ 작품을 본 뒤 정말 하나님의 필연적인 사랑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교회를 비롯해 학교나 관공서, 오지 등을 찾아가 이 행복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우행’은 연말까지 서울 노고산동의 소통홀에서 공연된다. 평일에는 목회자, 소외 이웃들이 무료 관람할 수 있다(02-719-9182).

◇네티즌과 소통하다=성악박사 김혜정 집사는 노래하는 성악가보다 성악 발성법을 연구하는 박사로 더 유명하다. 그의 책 ‘성악박사 김혜정의 발성법 강의노트’는 이미 성악도들의 기본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가 이런 ‘노하우’를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았다. 인터넷 무료 성악교육카페 ‘헤르타(herta.kr)’를 통해 성악가를 꿈꾸는 네티즌, 성악을 배우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워 포기한 네티즌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김 박사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목소리를 달란트로 주셨고, 나는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복음을 전해야 하는 분명한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 박사는 서울대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음대대학원, 하트스쿨에서 오페라와 무대연기를 공부했다.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프리마돈나를 꿈꿨다.

“그런데 아이를 두고 도저히 집을 떠나 오페라를 할 수 없었습니다. 노래도 좋지만 가정을 지키는 엄마의 역할이 먼저였거든요. 그래서 결국 무대에 서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그는 자신처럼 꿈을 포기한 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3년 전 자신의 스승인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 헤르타 글라츠의 이름에서 따온 ‘헤르타’를 개설하고 호흡법, 발성법, 가사발음법을 비롯해 무대연기, 인터넷 공개레슨을 시작한 것이다. 그와 마음이 맞는 프로 성악가들이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올 초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활동을 넓혔다. 인터넷에서의 만남을 확장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헤르타혼성합창단을 결성한 것. 2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다. 또 수원동부교회 어린이들로 구성된 ‘헤르타키즈오페라단’과 서울 잠원동 한신교회 어린이합창단은 성악 꿈나무를 키우는 전진기지다.

김 박사는 오는 15일 서울 반포아트홀에서 ‘헤르타학예회’를 열고 지난 3년간 사역의 결실을 처음 공개한다. 그는 “전문적인 성악지식을 네티즌에게 전달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기부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