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김장 풍속도] 남정임씨 “식구들 먹을건데… 직접 담가야 안심”

입력 2012-11-30 17:56


‘필수’에서 ‘선택’으로

“내 식구들 먹을 건데 직접 담가요. 절대 사먹지 않습니다!”

지난 27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배추 코너에서 배추를 고르던 남정임(51·서울 한강로3가)씨는 “결혼한 지 26년이나 됐지만 한번도 김치를 사먹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배추를 하나하나 들어서 무게도 가늠해 보고 밑동을 살펴가며 10포기를 골라 카트에 담았다.

직장에 다니는 남씨는 “김장을 하기 위해 이틀간 휴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빠듯해 서둘러야 한다”면서 종종걸음으로 장을 봤다. 그는 배추 절이는 일이 여간 품이 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 통배추를 크기에 따라 2∼4쪽을 내서 소금을 켜켜이 뿌리고 알맞은 농도의 소금물에 적셔서 6∼12시간 절인다고. 고루 절여지게 하기 위해 중간에 위아래를 바꿔주기도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다시 물에 서너 번 헹궈서 물을 빼야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절임배추를 권하기도 하지만 중국산 소금을 썼을지도 모르고, 제대로 헹구는지도 의심스러워 통배추를 고집한다고. 그는 배추를 절이는 소금도 단골 염전에서 배달받아 간수를 뺀 다음 이용한단다. 다른 양념도 까다롭게 고르는 편. 고춧가루는 태양초를 사서 일일이 닦아 방앗간에서 빻아다 쓴다고. 그래야 김치 색이 곱단다.

남씨는 김장을 하고 나면 몸살을 앓곤 하지만 앞으로도 사먹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아들 하나 있는데 나중에 며느리가 김치 사먹겠다고 하면 아들네 김치도 담가줄 것”이라고 했다.

“힘들어도 직접 담그면 식구들 입맛에 맞출 수 있고, 무엇보다 청결하잖아요. 그리고 김장 끝나고 돼지고기 수육과 김칫소 싸먹는 즐거움도 있고요.”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