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김장 풍속도] 이란주씨 “절임배추로 일은 절반·맛도 입에 딱”… 포장김치 회사 ‘김장 투어’
입력 2012-11-30 17:57
‘필수’에서 ‘선택’으로
직장에 다니는 이란주(43·서울 중계동)씨는 지난해까지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김장을 했는데 올해는 독립을 선언했다.
“재작년부터 절임배추로 김장을 했는데 직접 절일 때보다 일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그래도 혼자서는 힘들더라고요.”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해도 무 갓 생강 대파 쪽파 마늘 등 소로 들어가는 재료를 사서 다듬고 까고 씻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이 후딱 가기 마련이다. 또 찹쌀풀을 쒀서 마늘 생강 젓갈을 한데 넣어 갈아서 버무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며 이씨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가 올해 김장을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양념까지 기성제품을 사용한 덕분이다.
“직장동료 소개로 포장김치 회사의 김장투어에 참여했어요. 무채 썰어 양념에 버무려 배추에 소를 넣기만 했어요.”
지난 27일 동원 F&B 양반김치의 충북 진천 공장에 갔다는 이씨는 “배추를 절여 놓은 것은 물론 다른 양념거리도 깨끗이 씻어 썰고 다져 놓아 반나절 만에 김장을 끝냈다”고 싱글벙글 했다.
해마다 여름에 포구 근처로 놀러 가면 젓갈을 사와 갈무리 해두고, 태양초를 사다가 일일이 닦아서 빻아 쓰는 등 양념거리 마련에 정성을 쏟았던 그는 이번 경험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김칫소도 직접 만들 필요 없겠다는 쪽으로.
“친정과 시댁이 모두 전라도여서 액젓을 많이 넣는 편이에요. 그래서 양념에 액젓을 좀 더 넣었어요. 우리 가족 입맛에 맞도록.”
김칫소를 가져와 그날 저녁 가족과 함께 돼지고기 수육으로 김장 뒤풀이까지 했다는 이씨는 “내년에도 절임배추와 소 양념을 사서 김장을 하겠다”고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