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투사 삼손의 기도
입력 2012-11-30 18:03
“모든 것은 최선이다. 헤아릴 길 없는 전능자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고난에 대해서 때론 의심을 하지만 결국 그것이 우리에게 최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존 밀턴의 ‘투사 삼손’ 중에서)
이는 삼손의 일생, 더 나아가 존 밀턴(1608∼1674)의 일생을 총괄한 말이기도 하다. 그의 생애는 시련과 고통으로 점철됐다. 그는 세 번이나 결혼했고 아내와 자녀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또 정치에 정열을 쏟았지만 왕정복고로 인해 자유공화국에 대한 꿈을 잃었다. 여기에다 육체의 시련은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실명과 관절염으로 한때 신의 존재를 의심했다. 그러나 절망과 고독의 심연에서 신앙의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그 결과 ‘실낙원’ ‘복낙원’ ‘투사 삼손’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마치 신으로부터 추방됐다가 다시 신의 품으로 돌아와 구원을 얻듯이 상처 많은 인생의 마지막을 빛나게 한 것이다.
성경 사사기에 등장하는 삼손의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삼손은 이방여인과 혼인하지 말고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라고 한 하나님과의 서약을 깨고 무절제했다. 그러자 하나님이 떠나셨고 삼손은 블레셋 군에 잡혀 두 눈을 뽑힌 채 밧줄에 묶여 맷돌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삼손은 다곤(이방신)의 축제일에 죄를 깊이 뉘우치고 “주 여호와여 구하옵소서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소서”라고 마지막 기도를 드린다. 인생을 역전시킨 그리스도를 향한 마지막 고백이었다.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 삼손은 힘을 되찾아 다곤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리고 최후를 맞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언제나 기도를 들어주시려고 귀 기울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막다른 길목에 이르러서야 절규하는 삼손처럼 “주여 마지막 힘을 주소서”라고 외칠 때가 있다. 지금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고난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생 역전의 기도를 하자. 삼손의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이 우리들의 기도도 들어주실 것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