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칼럼] 신앙인의 정치적 선택기준은?

입력 2012-11-30 18:02


우리 민족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도자를 선출하는 18대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적지 않은 신앙인들이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정치적인 선택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지만 아무리 살펴도 맘에 드는 후보가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분도 여럿 만났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를 냉소하거나 정치로부터 도피하려는 마음으로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이요, 비록 세상은 타락하였으나 하나님께서 그것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곳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바로 하나님께서 포기하시지 않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을 포기할 수 없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사명을 받아 이 땅을 하나님 나라로 세워가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나라를 말한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당파나 지역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모든 계층과 지역을 사랑으로 품는 나라, 온전한 자유를 구가하고,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나라이다. 하나님의 뜻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임하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임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가를 선택하는 것, 특별히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앙 행위이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데 누가 적절한 사람인가를 분별하는 선택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치적 선택이기 이전에 신앙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 기준을 가지고 대선에 임해야 할까.

이스라엘을 해방했던 고레스 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만을 정치적 섬김이로 쓰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민족을 위하여 하나님의 마음에 부합하는 근심을 하는 사람을 선택하려고 애써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되어 정치에 나서는 이유가 개인적인 욕망이거나 당파적인 야망을 성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섬기려는 소명감과 사명감이 뚜렷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역사적 과제를 포착하고 시대정신을 읽는 사람,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소통능력을 가질 뿐 아니라 이를 건설적인 비전으로 고양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물신숭배와 왜곡된 성문화가 범람하고,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양극화로 인해 남남 갈등과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 게다가 남북문제는 여전히 위협적인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역사적인 혜안뿐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의지와 실천력을 갖춘 지도자를 분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정치가 결코 인간의 의와 열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냉철하고 겸손하게 깨닫고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당선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허황된 사고를 가진 사람은 피해야 한다.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국민 모두의 협조와 하늘로부터의 도우심 없이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고 솔직하고 겸손하게 고백하며 공동체 전체의 협력을 호소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특별히 네트워크 시대의 지도자답게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후보들 곁에 있는 사람들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시대의 난국을 해결할 줄 아는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그 후보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활용하여 사회적 공동선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인가를 분별해야 한다. 단지 당대의 사회발전이나 우리 민족의 부흥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를 섬기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향한 원대한 비전으로 국민을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민족에게 이렇게 엄청난 축복과 도전을 허락하신 것은 하나님 나라의 원대한 계획에 우리를 도구로 사용하시기 위함이다. 비록 그리스도인은 아닐지라도,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세속적인 차원에서 감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시대에 선택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신대 교수·기윤실공동대표·문화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