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김장 풍속도] 담글땐 DIY로 편하게… 사먹어도 당당하게
입력 2012-11-30 17:56
‘필수’에서 ‘선택’으로
김장철이다. 사시사철 배추와 양념들이 나오고, 한여름에 담가도 한겨울 땅속 온도를 유지해주는 김치냉장고가 있어 꼭 이맘때 김치를 담글 필요는 없다. 하지만 늦가을에 수확한 배추와 무가 제일 맛이 좋아 요즘 김치를 담그면 겨우내 맛나게 먹을 수 있다. 예전처럼 김장철은 있지만 김장 풍속도는 바뀌었다. 21세기 주부들은 겨울 가족 식탁에 올릴 김치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찾아본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광에 연탄을 들였다. 그리고 그 연탄을 때기 시작할 즈음 김장을 했다. 배추김치 동치미 총각김치 등 갖가지 김치를 담가 앞마당에 파묻은 김장독에 그득그득 담아놓았다. 그렇게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겨울 날 채비를 마쳤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요즘 도심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와 있어 그저 스위치만 올리면 바로 보일러가 윙윙 돌아가면서 뜨거운 물도 주룩주룩 나온다. 땔감을 갈무리할 일은 없어진 셈이다. 그럼 김장은? 요즘도 한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않다. 겨울채비의 필수였던 김장은 이제 선택사항이 됐다.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픈마켓 옥션이 지난 10월 회원 34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응답자의 69%만 ‘김장을 하겠다’고 답했다. 3집 중 2집만 김장을 하는 셈이다. 예전처럼 통배추를 사서 다듬고 직접 절여 김장을 하는, 제 손맛을 고집하는 주부들은 많지 않다.
여성민우회 생협연합회 허경희 상무이사는 “3, 4년 전부터 절임배추 수요가 늘기 시작해 올해는 통배추보다 절임배추가 2배쯤 더 많이 나갔다”면서 특히 재작년부터는 김칫소에 대한 요구가 많아져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칫소는 채 썬 무, 적당한 크기로 썬 갓 대파 쪽파, 고춧가루 젓갈 생강 찹쌀풀을 한데 섞어 만든 양념장으로 구성돼 있다. 집에서 이들을 버무려 배춧잎 속속들이 넣어주기만 하면 돼 한결 더 편하게 김치를 담글 수 있다. 김장은 하되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드는 수고는 사양하는 생활형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럼 아예 김장을 하지 않는 집은 김치를 먹지 않는 건가. 그건 결코 아니다. 슈퍼에 가면 배추김치부터 물김치까지, 전라도김치부터 서울김치까지 다양한 김치가 있다. 김치는 이제 필요할 때 언제든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포장김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 그 이후 포장김치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김치를 사 먹는 편의지향형 주부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