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나로호 유감

입력 2012-11-30 18:32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1분. 카운트다운을 마친 나로호가 마침내 흰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상공으로 솟구쳤다. 2009년에 이은 2차 발사다. 발사 성공을 기원한 국민들과 나로호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4분여 뒤 나로호와의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정운찬 총리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겠느냐”고 격려했지만 곧바로 발사 137초 만에 70㎞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들은 “이럴 수가”라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2년4개월여 뒤인 10월 26일. 나로호 3차 발사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발사 예정을 5시간여 앞두고 중단됐다. 로켓 1단과 지상설비 연결 부위에서 가스가 새어 나온 것이다. 실망감이 없지 않았다. 점검을 마친 나로호가 29일 다시 발사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엔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유압 펌프 이상이 발견돼 좌절됐다. 올해 안에 다시 발사하기는 힘들 것이란 소식이다.

#나로호를 쏘아 올리려면 총 600단계의 점검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했다. 최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만큼 발사 성공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설명인 셈이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연이은 발사 실패나 연기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나로호 발사는 2002년부터 추진됐다. 10년이면 우주기술 발전에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꽤 축적했을 것이다. 그 역량을 보여줄 때가 됐을 법한데 아직 감감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 1, 2차 실패 직후 이런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우주 선진국들도 수차례 실패를 맛봤다.” 맞는 말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실패한 적이 있다. 과거 위성 발사에 나선 국가들의 첫 발사 성공률이 27.2%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1957년, 일본은 1966년, 중국은 1969년의 일이다. 수십년 전 일어난 우주 선진국들의 실패 사례를 거론해 뭘 어쩌자는 건가. 낙담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도전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력 수준이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씁쓸하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