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야구사에 큰 족적 남긴 박찬호

입력 2012-11-30 18:28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야구 인생의 제2막을 열기 위해 정든 마운드를 떠났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30년간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는 한국야구 최고의 행운아”라면서 “또 다른 약속과 도전, 또 다른 꿈을 위해 새로운 설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호가 우리 야구사(野球史)에 남긴 족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에게는 항상 최초와 최고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동양인 메이저리거 최다승(통산 124승)을 기록했다. 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메이저리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었다. 초반에 마이너리그로 밀려났지만 뼈를 깎는 노력 끝에 96년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했고, 이듬해부터 5년 연속 10승을 돌파했다.

그가 강속구로 메이저리그 타자를 요리할 때마다 국내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박세리가 98년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맨발 투혼 끝에 우승하며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것처럼 박찬호는 야구를 통해 큰 희망과 꿈을 선물했다. 온 국민이 외환위기로 힘들어하던 시절에 박세리와 함께 박찬호는 우리의 영웅이었다.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 ‘박찬호 키즈’들이 메이저리그에 있다가 돌아온 다음에도 박찬호의 도전은 계속됐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불혹을 앞둔 나이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온 박찬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해 일본 오릭스를 거쳐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프로야구 700만 관중 돌파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박찬호는 야구 행정이나 경영을 공부해 한국야구와 선진야구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비록 마운드를 떠났지만 박찬호는 야구팬, 나아가 국민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