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사의] 韓총장-崔중수부장 사이 무슨 일이…

입력 2012-11-30 00:30

대검 감찰본부는 29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김광준(51·구속) 서울고검 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품위 손상’에 해당된다고 감찰 지시를 내리면서 대충돌의 발단이 됐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가 감찰본부 감찰을 받던 지난 8∼9일 10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언론대응 방안 등을 조언했다. 김 검사는 최 중수부장에게 ‘유진에서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고 물었고,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또 김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조언했다.

감찰본부는 이에 대해 “최 중수부장이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다”며 “이 사실이 감찰 발표 전에 언론에 보도되면 검찰 위상 및 신뢰 손상이 매우 심할 것을 우려해 28일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의 말은 다르다. 중수부 관계자는 “최 중수부장이 지난 4일 김 검사 관련 첩보를 듣고 총장에게 보고하자 총장이 ‘너가 대학동기이니 전화로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중수부장이 김 검사에게 경위서를 받아 제출하자 총장이 ‘이거 감찰 사안이다’라고 해 감찰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 비리가 언론에 보도된 지난 8일 법무연수원에 연수를 받으러온 특수부 검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김 검사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중수부장 감찰과 관련해선 대검 참모들이 수차례 반대 의견을 냈고 김수창 특임검사도 “감찰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한 총장이 발표를 강행했다고 한다. 다른 특수부 검사는 “문자메시지 공개 자료 역시 총장 본인이 직접 작성했으며 감찰본부장이 발표를 거부하자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지난 23일 중수부장이 올린 보고서가 주요 원인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중수부장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사의를 표한 지난 23일 검찰 내부 분위기를 파악한 뒤 총장에게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을 추스른 뒤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중수부장은 조직을 위해 보고했는데 총장은 마치 중수부장이 자신을 내몰면서 칼을 꼽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호일 강주화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