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돌봄’서 자립지원으로… 장애인 脫시설화
입력 2012-11-29 22:28
뇌병변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박민수(53·가명)씨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종일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남들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거동이 불편해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못 냈다.그러던 중 신문에서 우연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광진 도시농부학교’가 열린다는 기사를 읽었다. 하지만 수업을 위해 오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수업에 참석한 결과 박씨는 마침내 지난달 자신의 힘으로 키운 배추를 수확하는 기쁨을 안았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시작한 장애인 마을공동체 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관(官) 주도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장애인들이 직접 사업을 구상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 복지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이다.
시는 운영 성과가 좋은 장애인 마을공동체 사업들을 29일 소개했다. ‘광진시민연대’가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에선 장애인 37명이 비장애인 40명과 함께 마을 텃밭을 만들어가고 있다. 후원자가 무상 임대해 준 경기도 남양주의 땅 1650㎡(약 500평)에 시 지원금으로 배추, 무, 갓, 가을상추 모종을 마련했다. 장애인들이 농사를 편하게 지을 수 있도록 밭에 판자를 깔아 휠체어 길을 만들고, 휠체어 높이에 맞게 대형 화분을 제작했다. 최용완 광진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던 장애인들이 주말마다 텃밭에 나와 농사를 지으며 삶에 대한 의욕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함께 가는 노원 장애인 부모회’는 지난 6월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5개월간의 교육 끝에 20∼24세 발달장애 청년 5명이 바리스타로 거듭났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를 교육장소로 내줬고, 관내 자원봉사자가 이들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다. 이들 청년들은 현재 부모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노원구에 조그만 카페를 열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마포구의 ‘지역장애인 주민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금천구의 ‘장애아동 학교 적응 돕기’ 사업 등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시는 소개했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하고 참여하는 자생적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