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데뷔 20년… 음악적 책임감 느껴 오랫동안 사랑해온 곡 들려줄 것”
입력 2012-11-29 22:05
“슬럼프에 빠질 시간도 없어요. 연주는 계속 있으니까.”
신동에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 사라 장(본명 장영주·32)은 20년 동안 슬럼프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달려왔다. “열여섯 살 때 진로 문제 등으로 머리가 복잡해서 회사에 조금만 쉴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스케줄이 모두 잡혀 있어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을 기다려서 한 달을 쉬었답니다. 하하.”
사라 장이 3년 만에 전국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다. 영국 피아니스트 애슐리 와스와 함께한다. 올해 공연은 더욱 뜻 깊다. 사라 장이 열한 살이던 1992년 세계적 레이블인 EMI클래식에서 음반을 발매한 지 2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많은 어린 신동들이 추앙받다 이내 잊혀지고 마는 것과 달리 그는 탁월한 테크닉 위에 음악적 깊이까지 더해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린 시절에는 연주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음악적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묻자 “지금은 오케스트라와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 좋지만 실내악과 새로운 작곡가의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공연하는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비탈리의 ‘샤콘느’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곡들로 구성됐다. 그는 “특별히 주제를 정하지 않고 오랫동안 정말 사랑해온 곡들만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비탈리의 ‘샤콘느’로 시작해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이어진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데이비드 뉴먼이 사라 장을 위해 편곡한 곡이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준비했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200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때도 마지막 곡으로 했던 작품. 사라 장은 “이 소나타를 너무 좋아하고 그때도 애슐리 와스와 함께 연주했다. 애슐리와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 곡이라서 꼭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라 장은 지난 20년 동안 무려 19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디지털 음반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시기임에도 그는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CD가 더 좋다”고 말했다. 리사이틀 투어 외에 20주년 기념 음반세트도 발매할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