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낸 대구 성광고 학생들의 ‘특별한 운동’… 장기기증 서약 거센 바람 일으켰다
입력 2012-11-29 19:57
“내 몸의 일부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대구 성광고등학교에서 장기기증 열기가 뜨겁다.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장기기증 서약운동이 학교 전체로 번지고 있다.
29일 성광고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이 학교 학생 90여명과 교사 70여명 등 160여명이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 등에 빠지면 각막과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겠다’고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학생들까지 합치면 올해 말까지 장기기증 동참 인원은 2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광고에 장기기증 열풍이 분 것은 성광고 학생부장 김기식(53·윤리) 교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올해 1학기에 고3 학생들에게 “수능 끝나고 장기기증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지난 9월 학생회 회의에서 장기기증 서약운동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3학년 학생들의 장기기증 서약 소식을 접한 1·2학년생들과 교사들까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서약운동은 삽시간에 학교 전체로 퍼졌다. 여기에 신현태 교장과 같은 재단의 성광중학교 교사들까지 나선 상황이 됐다.
성광고 학생회장 박창모(19)군은 “서명을 하고 나니까 내 일부를 나눠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교사가 장기기증을 제안한 것은 희생과 봉사 등 기독교적 가치를 교육 이념으로 하는 성광고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재 학교의 모습 대신 졸업 전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통해 희생정신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김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장기기증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걱정했지만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선뜻 동의해 놀랐다”며 “장기기증 서약서가 일정 숫자가 되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광고는 학생·학부모·교사들과 협의해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면 수험생들을 상대로 장기기증 서약운동을 벌이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