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사의] 검사 왜 폭발했나… 韓총장 마이웨이에 봉기

입력 2012-11-29 21:59

29일 불거진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한 집단 반발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 지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불만의 씨앗은 한 총장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된 고려대 편중 인사, 편향 수사, 수사 간섭 등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11일 제38대 검찰총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저축은행 비리, 양재 복합물류단지(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비리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통해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정권의 핵심실세 3인방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취임 후 첫 인사 때부터 고려대 후배들과 TK(대구·경북)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며 조직 내 반발을 샀다. 이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뇌부의 의중을 따라 수사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 김광준 서울 고검검사 비리 사건, 전모 검사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자 한 총장 퇴진 요구가 검찰 안팎에서 불거졌다. 그럼에도 그때까지는 그가 퇴진까지 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검찰 내에서 우세했다.

한 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때도 검찰 내에선 “이런 분위기에선 중수부 폐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윤대해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잘못 보낸 ‘개혁 시늉만 내면 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불거지면서 뒤죽박죽됐다. 이런 상황에서 특임검사가 최재경 중수부장이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보고를 한 게 화근이 됐다. 최 중수부장에게 뭔가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한 총장은 그에게 감찰 카드를 꺼내들면서 벌집을 건드렸다. 검찰 내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최 중수부장을 건드리자 그동안 한 총장에 대해 쌓였던 검사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렸다. 검사들이 집단으로 검찰총장에게 ‘나가라’고 대들며 밀어낸 것은 검찰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