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발명 직원에 수익의 10% 지급하라”… 법원 “삼성전자, 연구원에 60억원 줘라” 판결
입력 2012-11-29 19:17
특허를 발명해 막대한 이득을 삼성전자에 안겨준 연구원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해당 연구원의 특허 발명으로 삼성전자는 600억원대 이득을 얻었지만 삼성전자가 그 대가로 연구원에게 지급한 금액은 2억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현석)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는 정씨에게 60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부터 특허 관련 기반기술에 대한 경험이 많았고, 그에 관한 창의적 발상으로 이 사건 특허 발명을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법 규정에 의해 정씨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씨의 특허 발명으로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이 총 625억6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봤고, 정씨의 몫으로 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책정했다. 정씨가 회사로부터 이미 받은 2억원은 보상금액에서 뺐다.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인 정씨는 삼성전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1991년 입사해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특히 HDTV(디지털 고화질 텔레비전) 연구·개발에 매달려 국내 특허 10개와 국외 특허 28개를 회사 명의로 출연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 측은 “법원 결정은 직원의 발명과 관련한 회사의 기여도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특허 배상 판결에 IT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 연구원이 특허를 발명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막대한 지원이 들어갔고, 특허를 상품화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굳어지면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직무발명 보상을 강화하는 흐름은 맞다”면서도 “보상금 산정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처럼 과도한 액수를 제시하는 것은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