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사의] “그만 용퇴하라” “너희도 사퇴해”… 두동강 난 檢

입력 2012-11-30 00:26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공개 감찰’을 지시하면서 촉발됐던 검찰 내분 사태는 한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한 총장이 위기에 몰려 던진 승부수는 결국 부메랑이 돼 한 총장 자신을 가격하는 결과를 불렀다. 28일 저녁부터 29일 오후까지 20시간, 검찰 조직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요동쳤다.



‘중수부장 감찰 조사 착수.’

28일 오후 6시50분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의 짧은 발표가 발단이었다. 중수부는 즉각 회의에 돌입했고 이어 “부당한 조치에 굴하지 않겠다”는 최 중수부장의 입장이 나왔다.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이 채동욱 대검 차장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고,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 등 중수부 구성원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도 1·2·3차장 휘하의 부장들을 소집했다. 최 지검장은 “나도 죄인인데 어찌 내가 총장께 사퇴를 건의할 수 있겠나”고 했지만, 부장들은 사퇴 불가피론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곳곳에서 진행된 심야 회의 결론은 대체로 ‘한 총장 퇴진 요구’였다.

29일 한 총장은 평소보다 빠른 오전 8시 이전 취재진을 피해 출근했다. 핵심 참모는 한 총장에게 “지금은 1대 1800(검사 숫자)의 싸움”이라며 간밤의 상황 보고를 했다. 그는 “다들 나가라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채동욱 차장은 29일 오전 9시 최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을 이끌고 한 총장을 찾아가 ‘명예로운 용퇴’를 요구했다. 채 차장은 앞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청취해 보니 더 이상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측근 참모들이 용퇴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총장은 이 자리에서 “용퇴하라는 의견을 철회하라”고 맞섰다. 한 총장은 “너희들도 같이 나가라”고 했고 간부들이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다시 “그러면 너희들은 관여하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간부들은 “알았다. 우리는 관여 안 한다”고 하고 총장실을 나왔다. 한 총장의 지휘 체제가 사실상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 총장의 고함 소리가 총장실 밖까지 들릴 정도였다.

비슷한 시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낮 12시까지 용퇴하라. 수용하지 않으면 이후 총장실로 찾아가 사퇴를 건의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이어 대검 소속 검사들의 릴레이 ‘시위’가 벌어졌다. 기획관 및 단장(차장검사급)들이 총장실을 찾았고, 과장(부장검사급)들과 연구관(평검사)들은 연쇄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한 총장은 “너희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성추문 검사’의 지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까지 “심히 안타깝지만 지금 총장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밖에 없다”는 내용의 서면 자료를 냈다.

버티던 한 총장은 오후 들어 결국 “30일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단 ‘신임을 묻기 위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법원은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혐의(뇌물수수)로 전모 검사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또다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추가된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