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9] 文 ‘盧·DJ·安’ 계승 부각… 오전 호남·오후엔 영남 ‘번쩍’
입력 2012-11-29 21:47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29일 남쪽을 택했다. 오전 전남의 여수·순천·광양을 거쳐 오후엔 경남 사천·진주·김해 등 영호남을 넘나드는 광폭 유세 행보를 선보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부의 민생실패 공동 책임자라고 규정하면서 ‘정권 심판론’ 불씨를 살려갔다.
문 후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저를 세 번째 민주진영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였다. 호남에서 배출한 김대중 전 대통령, 영남에서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는 호소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정신과 안철수 후보의 미래를 모두 품겠다”고 했다. 순천은 안 전 후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고향이다.
문 후보는 오전 순천시 연항동 패션사거리 유세에서 검찰을 향해 맹폭을 퍼부었다. 그는 “뇌물 검사와 성추행 검사에 이어 짜고 치는 위장 개혁 검사까지 등장했다”고 말한 뒤 새누리당을 향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부려왔다”고 비난했다. 30년간 인권변호사로 지내며 검찰과 맞서 왔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문재인의 운명’에 앞서 집필한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언급했다. 하루를 통틀어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순간이었다.
문 후보는 연단에 올라 유세할 때마다 자신보다 앞쪽에 여성 자원봉사자를 세워 수화 통역을 담당하게 배려했다. 젊은이들은 문 후보를 향해 스마트폰을 내밀며 폰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로호 발사가 예정됐던 이날 여수에서는 문 후보 지지자들이 “나로호를 우주로, 문재인을 청와대로”라고 외치기도 했다.
오후 경남으로 넘어온 문 후보는 진주에서 집중 유세를 이어갔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권영길 후보가 현장에 찾아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권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대통령 문재인의 경남 러닝메이트 권영길’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알렸다.
유세엔 특급 연사들도 동원됐다. 시인 출신 민주당 비례대표 도종환 의원은 “문재인은 눈빛으로 말합니다. 정의롭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힐링할 수 있는 정치인입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김해 인제대 앞 야간 유세를 마지막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숙박했다. 노 전 대통령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은 찾지 않았다. 30일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본거지인 대구와 울산으로 진군한다.
순천·진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