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세태 2제] ‘士’자 신붓감=신랑+열쇠 3개… 전문직 여성과 결혼하려면 신랑 경제력이 가장 중요

입력 2012-11-29 19:16


여성이 의사, 변호사 등 ‘사’자 신랑감을 맞이하려면 경제력을 상징하는 집, 건물, 자동차 등 열쇠 3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거꾸로 전문직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신랑이 열쇠 3개를 마련해야 한다는 ‘역(逆) 열쇠 3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선모(32)씨는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5년 후 아버지가 은퇴하고 난 뒤 회사를 물려받을 계획인 선씨는 최근 한 결혼정보 회사를 찾았다. 선씨가 찾는 결혼 상대는 ‘사’자 신붓감. 본인이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결혼할 여성은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이기를 원하고 있다. 선씨는 “내조할 여자보다는 자신의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직 여성을 신붓감으로 맞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직 여성과 경제력 있는 남성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 결혼정보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직 여성을 원하는 부자 남성들의 문의가 월 평균 30건씩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여름 열린 ‘역 열쇠-10대 10 만남 이벤트’에는 남성 경쟁률이 3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직 여성을 만나기 위해 개인 정보를 속이는 결혼 사기 피해 사례도 있다. 전문직 A씨(28)는 올 초 한 결혼정보 업체를 통해 돈을 내고 경제력 있는 신랑감 B씨를 만났다. B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부촌에 살고 있으며 자영업을 해 연간 2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이들은 결혼 직전까지 갔지만 A씨가 출장차 미국을 방문해 만난 B씨는 한 빈민가 월세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A씨는 “조건으로 상대를 구하려다 보니 거짓 정보가 판을 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