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아랍의 봄’ 경제난 ‘아랍의 겨울’로
입력 2012-11-30 00:38
‘아랍의 봄’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들 지역이 경제난과 또 다른 독재 시도, 이념 대립에 발목이 잡혀 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집권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독재를 재연한다는 집중 포화를 받고 있고, 튀니지에서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리비아 역시 정정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화 이전보다 나빠진 실업률과 물가는 이집트와 튀니지 국민들의 반정부 정서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재스민 혁명’으로 민주화 바람을 일으킨 튀니지의 실리아나시에서는 28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정부의 일자리·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시민 수천명은 정부가 개발기금을 지역사회에 내놓지 않는다며 관료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화 바람 속에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치안 불안과 관광산업 감소, 복구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일주일째 시위가 계속된 이집트도 새 헌법선언문이 시위의 직접 원인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난에 시달린 국민들의 분노가 작용했다. 이집트 의회가 29일 전격적으로 이슬람을 국교로 한 헌법 초안을 통과시키고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시위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집트, 튀니지 두 나라의 경제난은 민주화 이후 오히려 악화됐다. 튀니지 실업률은 민주화 이전 13븒에서 25븒로 치솟았고, 물가상승률도 3%에서 5.5%로 올라갔다. 복구자금도 모자라 최근에는 세계은행으로부터 다시 5억 달러를 빌렸다.
이집트 경제는 특히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었다. 관광은 이집트 경제의 20븒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집계에 따르면 5월 현재 관광객은 2년 전보다 32븒 급감했다. 실업률, 해외부채 역시 증가했다.
‘진짜 아랍의 봄’은 경제난을 극복한 다음에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리비아 예멘 이집트의 민주화 대가는 5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일부 국민들이 겉으로나마 평온했던 독재정권을 그리워할 정도로 이들 나라가 치른 대가는 엄청나다고 전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