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감세 마법’서 깨어날 조짐
입력 2012-11-29 19:16
미국에서 20여년간 ‘증세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거물 로비스트 그로버 노퀴스트의 주술이 이번엔 풀릴까.
연말이 시한인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을 앞두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노퀴스트와의 연대 청산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야후의 뉴스블로그인 ‘더 티켓’은 28일(현지시간) 노퀴스트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에 비유하며 공격당하면 당할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에서 물속에 사는 뱀인 히드라는 목이 잘리면 그 자리에서 목이 두 개로 자라나 더욱 퇴치하기 어렵다고 묘사돼 있다.
노퀴스트는 1985년 ‘세금개혁을 위한 미국인(ATR)’이란 단체를 설립해 감세 운동을 펴 왔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노퀴스트와 세금 인상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이른바 ‘납세자 보호 서약’을 통과의례처럼 맺어왔다.
더 티켓은 색스비 챔블리스·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피터 킹 하원의원 등이 납세자 보호 서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공화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노퀴스트의 ‘마술’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과거에도 일부 의원들이 노퀴스트의 주장에 맞섰으나 노퀴스트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돼 왔다. 이날 워싱턴DC의 ATR 사무실에서 ‘수요모임’을 주관한 노퀴스트는 보수단체 회원과 싱크탱크 연구원, 의원 보좌관들에게 보수주의 운동을 확산시킬 방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연했다.
특히 더 티켓은 이날 ATR 측이 참석자들에게 증세에 찬성한 뒤 재선에 실패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컬러사진을 나눠줬는데, 이는 세금인상 반대 서약을 깨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경고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재정절벽 협상과 관련, 국민들에게 트위터 해시태그 ‘#My2K’를 이용해 의회에 의견을 개진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서 2K는 2000달러를 가리키는 것으로, 재정절벽 협상이 실패하면 국민 1인당 약 2000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