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의 자유 막내리나… 12월 국제전기통신회의서 새 규칙 논의

입력 2012-11-29 19:16


인터넷 세계의 자유는 곧 종말을 맞을 것인가. 다음달 3∼14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 국제전기통신회의를 앞두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인터넷 통제’라는 이슈를 두고 한자리에서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난리 난 인터넷=현행 국제전기통신규칙은 1988년 제정됐다. 유선통신을 기준으로 한 조약이기 때문에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21세기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규칙을 고쳐 인터넷 트래픽 관리와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조약을 마련하자는 게 이번 회의의 목적이지만, 이는 인터넷 환경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기 쉬워 반발이 만만치 않다.

회의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의제는 광범위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안건이 올라왔는지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아랍지역 국가들은 일종의 ‘인터넷 실명제’를 주장하고, 몇몇 국가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트래픽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인터넷 시스템 통제를 유엔 산하기구인 ITU에 맡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포털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글로벌 캠페인 페이지를 개설한 구글은 “몇몇 국가들이 인터넷을 통제하고자 한다. 힘을 보태 달라”며 네티즌의 서명을 받고 있다. “정부 대표들만 모인 곳에서는 인터넷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해외 블로거들은 “(중동 국가 등이 주장하는) 안건이 통과되면 인터넷 세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릴 것”이라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자유국 대 통제국의 대결=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ITU의 193개 회원국이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언론과 표현이 자유로운 국가들과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는 국가들이 평등하다는 의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정보통제국들이 합심할 경우 자유롭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던 국가의 국민들로서는 원치 않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규제를 위한 국제협약 제정을 모색, 광범위한 숫자의 국가 그룹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많은 국가들은 비영리단체와 사기업들이 뒤죽박죽으로 인터넷에 관여하는 것보다는 유엔이 통제해주길 바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주 “ITU가 웹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의했다.

여론이 확산되자 ITU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은 “규약은 만장일치에 가깝게 찬성을 얻는 것들 말고는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면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데, ITU는 그걸 수용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사이버 보안에 관련된 가벼운 사안들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