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부 ‘아버지 흔적 지우기’… 권력 실세 7인방 중 4인 모두 바꿔
입력 2012-11-29 19:06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임명으로 ‘김정은 식’ 군 수뇌부 개편은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부 비리 척결을 빌미 삼아 김정일 시대 실세들을 밀어내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의 ‘아버지 흔적 지우기’는 당보다 군에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의 영결식에서 그와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권력 실세 7명 중 ‘군부 4인방’은 모두 실각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다. 지난 7월 이영호 군 총참모장은 숙청됐고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당 부장으로 이동했다.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도 지난 4월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 역시 지난달 30일 만수교청량음료점 준공식 참석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반면 군부 4인방 맞은편에서 운구차를 호위한 노동당 인사 3명은 건재하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김기남 당비서와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당시와 같은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29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 연설에서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군사다운 기질이 있고 작전전술에 능하다고 해도 우리에겐 필요 없다”고 한 발언이 구(舊)군부 실세를 겨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군대’의 재편과 맞물려 북한은 이달 초부터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새 군부가 당에 비해 열세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관계를 조성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관 등 미국 백악관 인사들이 지난 8월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미 대선을 석 달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할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이를 제어하기 위한 방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