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취소 왜… “전기회로 합성 가능성”
입력 2012-11-30 10:28
나로호(KSLV-Ⅰ) 3차 발사가 또다시 연기된 원인은 상단(2단) 로켓의 추력방향 제어시스템(TVC)의 전기 신호 이상으로 파악됐다. 2단 로켓의 고체연료는 공급량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어 속도를 컨트롤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즐(로켓 아래 깔때기 모양 부분)의 화염이 나가는 방향을 바꾸는 추력 제어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 부분에서 이상이 생겼다. TVC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위성을 우주궤도에 정상 진입시킬 수 없다.
◇전기회로 합선 등 하드웨어 손상 가능성=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TVC를 가동하자면 구동 펌프를 통해 유압을 만들어야 하는데, 펌프를 조절하는 전기제어 상자에서 갑자기 수백 밀리암페어(㎃) 더 많은 전류가 소모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발사통제동(MDC)에서는 적정 전류가 흐르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데, 발사 직전 유압 펌프와 관련된 전기상자에서 지나치게 많은 전류가 감지된 것이다. TVC는 국산 기술인 반면에 탈이 난 구동 펌프는 프랑스산으로 나로호 1차 발사 때부터 사용된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TVC에 과전류가 흘렀다면 하드웨어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적 연결부위나 구성회로 등에 합선이 생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단부의 사용연한이 너무 오래돼 오작동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 사용된 상단부는 2009년 8월 1차 발사를 준비하며 만들어 놓은 3개 중 하나로, 사용연한이 5년 넘은 제품이다. 이에 대해 조 단장은 “전날 리허설 때 2회, 이날 오전에 2회 점검에선 이상 전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3차 발사가 다시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단장은 “문제가 된 부분을 해결하려면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겨 다시 1단과 2단을 분리·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로호 10차례 발사 연기 수난=선진국에서도 로켓 발사가 1초 전 중지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나로호도 2009년 1차 때 시험장비 소프트웨어 결함, 2010년 2차 발사 땐 소방시설의 소방용액 분출 등 여러 문제로 발사가 연기된 바 있다. 이번 연기까지 합치면 모두 10차례나 된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개발의 복잡한 구조를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한곳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했으면 발사 몇 시간을 앞두고 주요 부품의 전기신호 이상으로 발사를 연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나라, 다른 기관이 관여하다 보니 문제가 자주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