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安 모셔라” 미리 멍석 깐 문 캠프

입력 2012-11-30 00:33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가 최근 선대위 최고위 인사의 특명으로 서울 여의도 S빌딩 6층 전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그의 캠프 인사들의 합류에 대비해 공간을 미리 확보해 놓자는 차원에서다. 현재 문 후보 캠프가 있는 서울 영등포 당사는 공간이 협소해 미어터질 지경임에도 안 전 후보 측을 ‘모시려고’ 층 전체를 비워놓은 것이다.



이렇듯 안 전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과 정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캠프 관계자들은 29일에도 안 전 후보와 그의 캠프를 언급할 때 언행을 극도로 조심했다. 대변인들은 문 후보를 그냥 ‘문 후보’라고 지칭했지만 안 전 후보는 예외 없이 ‘안 후보님’이라고 경어체로 불렀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58만표 정도 격차로 승리하는 게 목표다. 때문에 20여일간의 대선 본선 레이스를 ‘58만표 전쟁’이라 부른다. 58만표 전쟁을 치르는 민주당으로선 안 전 후보가 ‘핵무기’나 다름없어 구애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렇듯 잔뜩 애간장을 태우고 있지만 정작 안 전 후보 측은 여전히 무덤덤하다.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들은 최근 부서별로 제주도와 강원도 등지를 오가며 뒤풀이 시간을 갖고 있다. 그간의 격무에 따른 휴식과 진로 모색의 시간이지만 1초가 아쉬운 민주당의 기대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안 전 후보는 사퇴 사흘 만인 지난 26일 저녁 서울 안국동에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비공개로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후보와 민주당 경선 때 갈등을 빚었던 손 고문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손 고문이 위로 차원에서 보자고 해 잠깐 만났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고, 손 고문 측은 “문 후보를 돕도록 설득하려 만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대선 이후 독자적 정치 행보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손 고문 외에도 여야 인사를 두루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요즘 두 캠프는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다. 수컷은 둥지까지 틀어놓고 눈물나는 구애를 하지만 암컷은 짐짓 못 본 척 도망만 다니는 물총새의 짝짓기 같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