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총장 낙마, 길 잃은 검찰… 韓총장, 11월 30일 사의·개혁안 동시 발표

입력 2012-11-29 21:57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2시 검찰 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29일 “한 총장이 개혁안 발표 후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총장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에 후배 검사들의 용퇴 압박에 밀려 사의 입장을 밝혔다.

한 총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후배 검사들의 줄이은 용퇴 요구에 완강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 부장들(검사장급)의 용퇴 요구에 이어 대검 기획관 및 단장급 간부(차장검사급)마저 용퇴를 건의하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은 한 총장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이를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의 사표를 반려할 경우, 극심한 내분에 빠진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힘들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불러 “국민 걱정이 크니 권 장관 중심으로 잘 수습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권 장관으로부터 검찰 내부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은 내년 새로 출범하는 정권이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까지 대검 차장인 채동욱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충돌하고 일선검사들까지 총장 용퇴를 촉구한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는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부장검사의 거액 수뢰, 피의자와 성관계한 검사 사건, 눈속임 개혁 메시지 논란 등 검찰 위기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총장도 이를 의식한 듯 자진 사퇴 대신 ‘검찰 개혁안 발표와 동시에 신임을 묻기 위한 사표’라는 형식을 취했다. 한 총장은 한 측근에게 “지금 내가 내 목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 검찰의 미래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라며 “검찰의 선제적인 개혁안이 없으면 검찰 조직을 정치권에 그대로 내주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이 30일 발표할 검찰개혁안에는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오후 최 중수부장이 구속된 김광준 부장검사에게 언론대응 방법 등을 조언한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중수부 측은 “김광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은 최 중수부장이 첩보를 입수하고 한 총장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남도영 강주화 기자 dynam@kmib.co.kr